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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의 오피스텔 앞에 차를 주차시켜 둔 상태에서 상미는 카폰으로 덧글 0 | 조회 58 | 2021-06-03 09:04:32
최동민  
동선의 오피스텔 앞에 차를 주차시켜 둔 상태에서 상미는 카폰으로 남편의 무선호출기 사서함을 확인했다.『흐흐, 아예 연말로 미뤄 놓았다가 연봉으로 정산하는 건 아니고?』『입구에서부터 얼이 빠져 버렸어요. 이 스티커를 붙이는 이유가 뭡니까?』『넌 내 여자야.』『점심때 출발하면 돼. 그때까지 한숨 더 붙이자고.』상미는 단정적으로 말한 뒤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고, 머리를 기울여 양 무릎에 기댔다.『그러기도 했지만 그 사람한테 좀 문제가 있는 거 같애.』패널로 출연한 영화감독과 산부인과 의사, 여성의 전화 대표, 패션모델들은 주어진 대본에 따라 무난하게 입을 맞추고 있었다.상미의 충고는 단호했다.장화숙은 사장의 입술에 가볍게 뽀뽀를 해주고 종종걸음으로 복도를 빠져나갔다. 사장은 큼직한 손으로 입술에 묻은 루즈 자국을 지우며 투덜거렸다. 아저씨, 경화한테 전화 받았어요. 저 신미애예요. 5550066. 제 연락처니까 전화 주시겠어요?『그러니까 계약동거인 셈이네요?』열일곱 번째의 여자였던가? 허순화라는 여자를 만났을 때 희수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상미는 물끄러미 테이프를 바라보다 손을 내밀었다.차를 세워 둔 곳에서 밭둑 하나를 타고 넘자 조그만 무덤이 나왔다. 묘비도 없는 두 개의 무덤. 벌써 한 뼘 가량 쌓인 눈 때문에 무덤의 형체는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뭐 해? 어서들 먹자고. 짜장면은 십 년만에 먹어 보는 거 같은데.』『내가 본 여자는 스물서너 살쯤 돼 보이던데요?』『물론이지.』『그 사람 연락처나 좀 주세요. 검찰 소환 이후로 연락이 끊어지는 바람에 뵙질 못했거든요.』『사람을 피곤하게 할 여자 같았어요.』턱수염은 대뜸 호주머니에서 사인펜을 꺼내더니 바닥에 내려놓은 케이크 박스에 일필휘지로 어려운 한자들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화장실쪽 모퉁이 자리에 앉은 일권은 건빵 바지의 옆주머니에 오른손을 꽂아 두고 있었다.『밥을 볶을 때 케첩과 비장의 소스를 첨가하죠. 해우소의 특별 메뉴예요. 참, 모시조개국도 끓여 놨는데.』『사랑해, 은비.』일권은 화면에 몰두하고 있
『그러니 부모 마음이 얼마나 괴롭겠어. 죽은 것도 서러운데 그런 소문까지 나도니 말야. 다 내 탓이야.』『몰랐어요, 초행이라서.』『제가 따라가야 해요. 가서 대학에 등록을 하든 사업을 하든 뭔가를 해야지, 막연한 도피처로 삼아 소일한다면 새로울 것도 없죠. 저도 이제 새로운 삶의 전기를 찾고 싶어요. 우리 같이 떠나서 같이 새 삶을 개척하기로 해요.』『거짓말 마세요. 아저씨 그때 저희가 부탁한 거 알아보셨죠? 아저씨 얼굴에 씌어 있네요, 뭐.』『왜요?』『아뇨, 그냥 이상해서.』『반가웠어요. 정희수 씨도 후회 없는 사랑을 만들어 보세요. 사랑에 빠진 여자만큼 아름다운 여자도 없어요.』썰물에 드러난 갯벌 위로 어부들을 실은 경운기가 질주하면 칠산바다의 새벽이 열렸다. 그러면 그는 네 살짜리 딸을 등에 업고 일어섰다. 연화는 낚시도구를 챙겨서 부녀의 뒤를 따랐다. 바둑판처럼 정연하게 구획된 염전 둑길을 거슬러 귀가할 때 연화는 콧노래를 불렀었다, 클레멘타인의 멜로디를.창 밖에선 크리스마스 캐럴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경쾌한 리듬의 캐럴송이 왜 그리 서글프게 다가오는지 모를 일이었다.『왜?』내가 화숙이 너한테 이런 얘기 털어놓는 게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모른 체할 수만도 없잖냐? 저 친구가 꼭 은비를 찾아야겠다는데 전후사정을 설명하지 않을 수도 없고.『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두 시간 남짓?』『내가 너무 다그치고 있는 건가요?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기로 하죠. 대답하실 게 많을 거예요. 심은영 씨를 비롯한 많은 여자들, 그리고 정희수에 대한 생각까지.』연화가 빈 쪽지를 들어 사회자에게 보여 주었다.그러나 조재봉 PD가 넘겨 준 명단의 전화번호는 절반 가까이 허탕이었다. 많은 여자들이 검찰의 조사가 끝난 후 전화번호를 바꾸어 버린 모양이었다.제 솜씨가 시원찮나 보죠?『세상에서 안데스 일대에 사는 혼혈인들이 제일 예쁘다던데. 왜 메스티조족 여자들 지리책에도 나오잖아요. 현지 여자들 놔 두고 왜?』욕망의 배터리그들이 경쟁적으로 질문을 던졌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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